제 14 장   몰트 위스키

제 14 장   몰트 위스키
MALT WHISKY
그림 81 1930년대 라프로익 증류소 직원모습

우리 맥아를 만들자, 그리고 우리 술을 빚자,
웃고, 노래하고 그리고 즐기자, 친구들아

                                   “세금징수원과 함께 악마가 사라진다,” 로버트 번즈
핵심 몰트 위스키
발렌타인 17년 레시피는 극비로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으며, 마스터 블렌더 조지 로버트슨으로부터 잭 가우디, 로버트 힉스에게 전승되고 있다. 또한 회사 내에서도 극소수의 사람들만 알 뿐이다. 사본 1부는 런던 얼라이드 도멕 본사 금고에 보관되어 있다.
그렇지만, 발렌타인 17년은 최대 40 여종의 몰트 위스키가 블렌딩되어 있다는 정도는 안다. 그 몰트 위스키들은 스카치 위스키를 생산하는 모든 지역을 대표하는 증류소에서 생산된다. 블렌디드 위스키를 생산함에 있어서 필요한 모든 몰트 증류소를 소유하고 있을 정도로 큰 회사는 없다. 위스키 회사들은 거래를 통해서 블렌딩에 필요한 몰트 위스키를 항상 교환해 왔다. 발렌타인사도 필요한 몰트 위스키들을 구입하는데, 그 몰트 위스키들은 최적의 품질에 이를 때까지 해당 증류소에서 숙성한 후, 발렌타인사로 실어와 로버트 힉스가 검사를 한다.
발렌타인사가 소유한 몰트증류소는 발벨타인 17년의 필수적인 특성을 형성하는 몇 개의 몰트 위스키를 만든다. 그들 증류소가 가지고 있는 역사, 자연 원료 그리고 독특한 생산 방법은 일련의 뛰어난 위스키들을 창조하는데, 로버트 힉스가 지휘하는 저명한 오케스트라에 있어서 핵심 악기를 구성한다.
몇 몇 몰트 위스키는 자신만의 세계를 가진 솔로 연주자이기도 하여 전 세계 몰트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어떤 위스키들, 예를 들어 발블레어와 아드벡 증류소에서 나오는 은둔하고 있는 수도승 같은 위스키들은 특별한 경우에만 병으로 만들어지고, 대부분은 거의 모두 발렌타인을 위해서 생산된다. 지금부터 핵심 몰트 위스키들을 소개한다.
아일레이
위스키 작가 마이클 잭슨은 일찍이 아일레이 몰트 위스키를 중국산 랍상소우총 홍차228)와 비교하여 묘사하였다. 이 묘사는, 풍요롭고 독특한 자연환경을 가진 헤브리디스 열도에 있는 7개의 증류소에서 생산하는 위스키에 대한 표현으로 적절하다. 아드벡 증류소를 비롯한 일부 몰트 위스키는 아일레이 섬 지질처럼 피트향이 가득하고, 다른 것은 스모키향이 배어 있는 부드러운 맛이다.
그림 82 아드벡 증류소

아드벡 증류소를 비롯해 모든 아일레이 섬 증류소는 자체 부두를 가진 바닷가에 자리 잡고 있다. 그곳에서 ‘칙칙폭폭’이라는 애칭을 가진 클라이드사 선박으로 실어온 석탄을 내리고, 글래스고로 돌아갈 때는 위스키통을 싣는다. 아드백 증류소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자체적으로 맥아를 말리는 마루를 갖춘 작업장을 가진 유서 깊은 증류소이다. 최초 위스키 제조 면허장을 받은 증류소는 1815년 맥두걸 가문이 세웠다. 섬 남쪽 해안에 있는데, 비록 지리적으로 라프로익 증류소와 가까이 있지만 라프로익과는 다른 맛을 가지고 있다. 맥두걸 증류소는 해가 지나 숙성이 진행될수록 풍부하면서도 셰리 같은 단맛을 지닌, 흙맛이 나는 위스키를 만든다.

발렌타인 17년에서 많이 느낄 수 있는 아일레이 몰트 위스키다운 맛은 대부분 아드벡 몰트 위스키 때문으로, 피트향, 드라이 한 맛, 스모키 풍미가 있는 맛을 준다. 아드벡과 라프로익 증류소는 아일레이 섬 모퉁이에 있는 수원을 같이 쓰고 있지만, 맥아를 건조할 때 쓰는 피트양이 틀리고, 다른 크기의 증류기와 형태 때문에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다. 아드벡 증류소의 증류기는 키가 작고 땅딸막하지만 대용량이다. 아드벡과 라프로익 증류소 두 군데를 모두 책임지고 있는 이안 헨더슨이 생각하기를, 키가 크고 얇은 두께를 가진 증류기는 좀 더 가벼운 위스키를 생산하는데 반해, 아드벡 증류기는 묵직하고 더 강렬한 몰트 위스키를 생산한다. 그것은 발렌타인 17년이 가지고 있는 꽃다발 풍미가 나는 하일랜드 몰트 위스키와 완벽하게 대조를 이룬다.

그림 83 라프로익 증류소
“사람마다 지각하는 풍미는 다릅니다.” 이안은 말한다. “톡 쏘는 맛이 있는 라프로익과 비교한다면, 아드벡은 단맛과 음주 후 피트 풍미가 감도는 맛을 가지고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아드벡 위스키는 와인에서 말하는 바디감229)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마 다른 아일레이 몰트 위스키에서는 느낄 수 없는 그런 것입니다. 아드벡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맥아는 근처 포트 엘렌 지역에서 재배한 것인데, 업계에서 가장 심하게 피트로 훈증한 것입니다.”
“물 공급도 정말 놀랄 만합니다. 1995년 여름가뭄이 14주 동안 이어졌는데, 아드벡 증류소에 물을 공급하는 호수는 마른 적이 없었습니다. 언제든 사용가능한 25만 톤의 물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숙성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아일레이섬은 극단적인 기후 변화가 없다는 것입니다. 서리와 눈을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악천후도 있어서 시속 112 킬로미터의 강풍도 있기는 하지만, 기후는 일반적으로 온화한 편입니다. 그것은 위스키가 잘 숙성할 수 있는 정말 중요한 요인입니다.”
자그마한 섬임에도 불구하고, 아일레이섬은 몇몇 세계적인 고급 싱글 몰트 위스키의 고향으로 큰 명성을 누리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라프로익으로, 발렌타인 17년에서 그 풍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1815년에 처음 증류를 시작한 라프로익 증류소는 도널드와 알렉스 존스턴 두 형제가 만들었다. 라프로익은 게일어로 ‘커다란 만(바다가 육지 속으로 파고 든)에 접해 있는, 지형이 움푹 들어간 아름다운 장소“란 의미를 가지고 있다. 두 형제는 라프로익을 그들의 터전으로 선정하고, 거대한 화강암 절벽이 소금기를 머금은 북풍을 막아주는 장소에 몇 채의 하얀색 오두막 (증류소)를 지었다.
그림 84 라프로익 왕실 납품 허가증

소나무 숲과 해안 사이에 자리 잡고 있는 라프로익 증류소는 자체적으로 보리를 몰팅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증류소 중의 하나로, 강한 피트 풍미를 전해주는 피트 연기가 소용돌이치면서 피워 올라 골고루 맥아를 말린다. 이 위스키는 소금맛과 희미한 단맛을 머금은 스모키와 피트 풍미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1994년 여름 찰스 왕세자가 증류소를 방문하였다. 2시간 30분 동안 증류소 방문을 하면서 시음을 하고, 직접 건조 중인 맥아를 뒤집는 작업도 하였다. 왕세자에게 라프로익 한 통을 헌정하였는데, 그것은 자선사업을 위해 병에 담아 경매에 붙여졌다.
찰스 왕세자가 라프로익 몰트 위스키를 좋아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증류소 방문 6개월 전에 그는 증류소에 왕실 납품 허가증을 승인하였는데, 싱글 몰트 위스키에 있어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 이후 모든 라프로익 병에 왕세자 문양과 “왕세자 전하 명령에 의해….”란 범례를 쓸 수 있었다.
하일랜드 북부
발블레어 증류소는 이스터 로스 지역에 있는 도녹 퍼스230) 높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 하일랜드 지역에 있는 증류소들 중에서 가장 전통에 충실한 증류소 중 하나이다. 달콤한 견과 맛이 특징인 발블레어 몰트 위스키는 테인강 일대에서 전설과 같은 명성을 만들었다. 그러한 명성은, 스키보성 성주로 유명한 앤드류 카네기 사후에, 술 창고에서 특별 주문으로 만든 수많은 발블레어 위스키병이 발견된 것에서도 미루어 알 수 있다.
그림 85 발블레어 증류소

발블레어 증류소는 항상 스코틀랜드 사람의 특유한 독창성을 발휘하여 왔다. 1700년대 초부터 이 장소에서 발효와 증류를 해 오고 있다. 1872년, 현재의 증류소를 만들 때, 지금도 이 지역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로스 가문 출신인 발블레어 소유주 앤드류 로스는 갑자기 어떤 영감을 받았다. 그는 옛날 건물을 보세 창고로 개조하고, 새로운 증류시설을 언덕 높은 쪽에 세웠다. 그 이유는 중력법칙에 따라 각 제조공정이 다음 공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제조 공정 시스템이 설치된 몇 년 후에, 위스키 작가 알프레드 버나드가 기차를 타고 발블레어 증류소를 방문하였는데, 에너지 절감을 위해 언덕 경사면을 사용한 것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 “보리를 삽질하여 맥아를 건조장에 넣으면, 건조된 맥아는 아래에 있는 제분기로 옮겨진다.” 라고 그의 책에 썼다. “제분이 완료되면, 분쇄맥아는 바로 당화를 위한 큰통으로 내려가고, 당화된 맥아즙은 워시백(발효통)으로 흘러 내려간다. 모두 중력을 이용한 것이다. 땅으로 떨어지는 자연적인 힘을 이용하여서 펌프가 필요 없다.”
“워시(발효 종료)는 워시 저장탱크로 흘러갑니다. 저장탱크는 증류기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있고, 증류주는 마찬가지로 증류주를 보관하는 큰통으로 흘러 내려갑니다.”
“설립자 존 로스는 위스키 제조를 여기 물이 흐르는 언덕 기슭에서 시작했습니다.” 라고 발블레어 증류소 소장 짐 예이츠는 말한다. “손자는 증류소를 확장하면서 모든 것이 중력에 의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게 하였습니다.”
이스터 로스 지역은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마주보고 있는 북해에 면해 있어서, 예로부터 수많은 바이킹 침략과 전투를 치렀다. 증류소 근처 들판에는 하나로 된 고대 큰 바위 서 있는데, 바위에는 입에 고리가 걸린 물고기 그림이 새겨져 있다. 지역에 내려오는 옛날 이야기에 따르면 그 바위 밑에 바이킹 카리우스 왕자가 묻혀 있고, 근처에는 모험심 왕성한 해적들의 무덤들이 있었다고 한다. 발블레어란 지명도 게일어로 전쟁터를 의미하며, 또한 근처 지명이름을 번역하면 부상자를 치료했을 것으로 짐작되는 의사마을, 애통, 그리고 젖먹이들이 우는 장소 등이 있다.
발블레어 증류소는 양 방목장으로 둘러싸인 목가적 풍경이 있는 장소에 있다. 행정적으로는 피트교구에 속해 있으며, 스트루이 언덕에서 강이 흘러 들어간다. 오래된 벽돌 굴뚝, 리벳으로 고정한 오래된 증류기, 그리고 나무 워시백은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매력을 준다. “여기를 방문한 학자들과 위스키 역사학자들은 황홀경에 빠지곤 한답니다.” 라고 짐 예이츠는 말한다.
“발블레어 위스키는 우리의 전통 저장법을 따르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곳보다는 꽤 숙성이 빨리 됩니다. 후각을 괴롭힐 정도로 피트향이 많지 않은 반면, 약간 크림 같은 맛과 약간 단, 그런 풍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 아름답게 균형이 잡혀 있답니다.”
스페이사이드
그림 86 글렌버기 증류소

위스키 작가 알프레드 버나드가 글렌버기 증류소를 방문하였을 때, 그 증류소는 연간 약 11만 리터를 생산하였고, 오직 신중히 선정한 와인상들에게만 판매하였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야기하기를 “글렌버기 몰트 위스키는 최고급 품질을 가진 순수 하일랜드 몰트 위스키” 라고 하였다. 그러한 명성은 지금까지도 누리고 있다. 그렇지만 오늘날에는, 특별한 경우에만 병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대부분은 발렌타인 17년과 다른 발렌타인 제품들을 위해서 사용한다.

1829년 윌리엄 폴이 증류소를 세웠으며, 윌리엄은 19세기 런던에서 활약한 저명한 외과의사 릿슨 폴 박사의 할아버지이기도 하다. 아마도 폴 박사는 순수한 의료목적을 위해서만 글렌버기를 시음하였던 것 같다.
글렌버기의 수원은 증류소 근처 버기231)언덕에 있는 샘에서 솟아오르는데 증류소 대지에 있는 큰 저수지로 직접 흐른다. “우리 증류소에는 4개의 포트스틸이 있는데, 피트향이 가볍게 나는 몰트 위스키를 생산합니다.” 라고 양조기술자 쟉 파슨은 말한다. “옛날에는 두 개의 로몬드 증류기232)로 글렌크레이그 라고 하는 조금 더 묵직하게 피트향이 나는 몰트 위스키 병제품을 생산하였습니다.”
  얼라이드 도멕 몰트증류소 전임사장 빌 크레이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이름 붙여진 이 개성적인 몰트 위스키는 비록 생산은 중단되었지만, 몇 통 안 되는 소중한 몰트 위스키가 아직 남아있다.
그러나 발렌타인 17년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은 글렌버기 몰트 위스키로, 향기로운 허브 향기와 독특한 오렌지향, 향신료 풍미를 지니고 있다. 스페이사이드 지역에서 유명한 증류소들이 밀집해 있는 파인드혼 계곡에서 태어난 이 가볍고 드라이한 몰트 위스키는, 발렌타인 17년에게 중요한 꽃향기를 주는 사랑스러운 위스키로 널리 인정을 받고 있다.
그 중층적인 향기는 너무 다양하여서 차분하게 감상하며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위스키이다. 글렌버기 세금징수원이며 아일랜드 작가이자 소설가인 모리스 윌시는 글렌버기 위스키를 마시며 긴 명상에 잠기고, 어떤 영감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였다. 글렌버기 증류소 저장고에 있는 벽장문에 이름을 새기기도 한 월시는 고향으로 돌아와서 사랑하는 신부를 얻는 복서이야기를 다룬 “아일랜드의 연풍233)”이라는 소설을 썼다. 헐리우드 영화 감독 존 포드는 존 웨인과 모린 오하라를 기용하여서 동명의 아일랜드 코미디 영화를 제작하였다.
이 지방의 여성과 결혼한 월시는 글렌버기 증류소에서 일하는 동안 스코틀랜드 억양을 익혔다. 이후 아일랜드 세무서로 전근하였고, 1933년에 은퇴, 1964년에 더블린에서 사망하였다. “아일랜드에 있는 모리스 월시 추모협회에서 순례를 왔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고 벽장문을 사진에 담기도 하였습니다.” 라고 쟉 파슨은 회상한다. “벽장문에 이름을 새겨 넣는 것은 그 당시 세금징수원들의 관례였습니다. 그래서 월시의 이름도 거기에 있습니다.”
그림 87 밀튼더프 증류소

발렌타인 17년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핵심 몰트 위스키는 스페이사이드에 있는 밀튼더프 증류소에서 만드는 글렌리벳으로, 깨끗하고, 빈틈없이 꽉 찬 듯하고, 우아하면서도 정돈된 듯한 맛을 가진, 블렌더의 자랑거리이다. 밀튼더프 증류소는 플러스카든 수도원과 인접한 부지에 1824년 세워졌다. 물 공급은 두 가지 형태다. 하나는 자연 샘물에서 나오는 부드럽고 수정처럼 맑은 물, 또 하나는 시추공을 파서 나오는 좀 더 경수 성질을 가진 물로 일반적으로는 냉각용으로 사용한다. 그 수도원은 지금까지도 자급자족 생활을 하고 있지만, 더 이상 맥주는 만들지 않는다. 그러나 수도사들이 신성시하는 그 물은 지금까지도 수도원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위스키 만들기에는 참 좋은 물이라 한때 이 지역에서 50여개의 불법 증류소가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정식 면허를 받은 밀튼더프 증류소는 불법 증류소가 있었던 자리에 세워졌는데, 향후 60여 년 동안 밀조업자들이 버리고 간 기구들을 사용하였다. “이 증류소는 원래 몇 대의 물레바퀴로 기계를 움직이는, 즉 물로 동력을 얻었습니다.” 라고 증류소 소장 스튜어트 피리는 말한다. “아직도 초창기 물레바퀴 중의 하나는, 블랙번 개울물을 동력으로 삼아 움직이고 있습니다.”
“밀튼더프 몰트 위스키는 피트향이 거의 나지 않는 가볍고, 달콤하고, 꽃향기가 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분적으로는 블랙번의 물과 스테인레스 발효통이 깨끗한 맛을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증류기는 꽤 키가 큽니다. 그리고 과거 언젠가 린암234)(증류기 목 상단에 있어서 증기를 저장고로 옮기는 역할을 한다)을 아래쪽을 향하도록 돌려놓았는데, 그것이 위스키를 살짝 더 묵직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튼더프 증류기에서 생산하는 위스키는 스페이사이드의 매력인 산뜻함과, 그리고 발렌타인 17년의 아주 흥미로운 꽃향기를 품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발렌타인 위스키를 구성하는 또 다른 두 개의 스페이사이드 몰트 위스키는, 스페이사이드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는 글렌드로낙 증류소와 낭만적인 스페이 계곡 크롬데일 언덕에 있는 톨모어 증류소에서 나오는 제품이다.
마이클 잭슨은 톨모어 증류소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건축학적으로 모든 몰트 증류소들 중에서 가장 우아하다…..잔 물결이 이는 분수, 깨끗한 흰색 건물, 장식 지붕창문, 종탑, 주악시계, 잘 다듬은 정원 그리고 전나무가 울창하게 자라고 있는 거대한 언덕이 증류소 뒤편을
그림 88 톨모어 증류소

둘러싸고 있는, 톨모어 증류소는 마치 맑고 깨끗한 산속의 물로 테라피 요법을 받고 있는 스파에 와 있는 느낌이다. 그 대신에 톨모어 증류소는 “생명의 물235)”을 생산한다.”   이 아름다운 건물은 유명한 영국 건축가이자 왕립미술원 원장이었던 앨버트 리차드슨 경이 설계하였다. 1958년에 세워진 톨모어 증류소는 20세기 하일랜드 지방에 처음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몰트증류소였다. 물은 아쿠보키 개울물을 끌어 쓰고 있는데, 개울물은 피트가 많은 황무지와 화강암 언덕을 구불구불 흘러 스페이강으로 합류한다.

톨모어 몰트 위스키는 달콤함과 정말 부드러운 맛을 지니고 있는 견과류 풍미의 위스키로 유명하다. 10년간 오크통에서 숙성하여 독특한 스페이사이드만의 섬세함과 개성을 가지고 있다.
글렌드로낙 증류소는 1826년에 설립되었다. 주위에 서 있는 나무들 가지에 까마귀들이 앉아서 증류소를 내려다보고 있다. 전설에 따르면 까마귀들이 나무에 사는 동안에는 증류소에 항상 복이 있을 거라고 한다. 라프로익 증류소처럼 글렌드로낙 증류소가 자랑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스코틀랜드에 몇 안 남아 있는, 현재도 사용하고 있는 나무 마루 몰팅 작업장이다.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탑같이 솟아오른 지붕에는 피트 연기가 깃털처럼 피워 오르고, 통을 만드는 장인이 망치를 휘둘러 철고리를 치는 소리가 공기를 가른다.
그림 89 글렌드로낙 증류소
처음으로 주류판매허가증236)을 받을 때나 지금이나 글렌드로낙 증류소의 모습은 거의 그대로이다. 코비237)라는 별명을 가진 창업자 제임스 알라데스는 제5대 고든 공작에게 증류소를 소개하기도 하였다. 그 이후 글렌드로낙 몰트 위스키와 코비는 런던 사교계에 소개되어 호평을 받았다.

유서 깊은 몰팅 마루 작업장, 전통적인 나무 워시백 그리고 석탄을 화력으로 사용하는 증류기를 가진 글렌드로낙 증류소는 살아있는 위스키 제조 박물관이다. 몰트 위스키는 꽤 오랫동안 셰리를 담고 있었던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셰리가 주는 풍부한 풍미와 향긋한 맛은, 오랜 세월을 거친 오크통이 주는 우아하면서 드라이한 맛과 정말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다.

그렇게 해서 태어난 몰트 위스키는 가벼운 피트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마신 후 참나무향과 스모크 풍미가 감도는 셰리의 단맛이 오랫동안 입안을 감돈다. 우아하면서 놀랍도록 드라이한 풍미가 오랫동안 지속된다.

하일랜드 남부

그림 90 글렌카담 증류소
글렌카담 증류소는 거의 전적으로 맥아제조만을 하고 있는데, 붉은 사암 건물이 특징인 브레친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약간 떨어져 있다. 증정용 디캔터에 담긴 한정판 25년산은 지금 수집가들이 굉장히 탐을 내고 있는 희귀한 귀중품으로 2,000파운드 가치를 지닌다.
증류소들이 완벽한 물을 얻기 위한 과정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글렌카담에 비할 바는 아니다. 돌로 지은 자그마한 증류소는 이 지역에 있는 물에는 관심도 두지 않고, 약 24킬로미터 떨어진 리238) 호수까지 파이프를 설치하여 이곳에서 필용한 모든 물을 공급받고 있다. 이 용수공급은, 송수 파이프 유지관리를 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있다.
“리 호수는 에스크 계곡 최상류에 있습니다. 물맛이 정말 깨끗하고 부드럽답니다.” 라고 증류소 소장 칼콧 하퍼는 말한다. “정말 아름답기까지 한 물입니다. 정말이지 생수 판매 허가를 받으면 원이 없을 정도입니다.”
달콤하면서 부드럽고, 과일향이 나는 몰트 위스키이며, 실질적으로 거의 리큐어 같은 맛이 나는 글렌카담 몰트 위스키는, 증류할 때 증기를 위쪽 방향으로 흐르게 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스코틀랜드에서는 단지 두 군데 밖에 없다. 대부분의 증류기는, 증류할 때 증기가 흐르는 증류기 목 꼭대기에 있는 관239)을 수평 또는 아래 방향으로 하는데, 이는 증기를 신속하게 냉각기(=콘덴서)로 보내기 위해서이다.
“우리 글렌카담 증류소에서는 스피릿 스틸과 워시 스틸 모두 15도 정도 위로 향하고 있습니다.” 칼콧은 말한다. “우리 증류기들은 매우 가느다란 거위목 형태입니다. 먼 옛날 누군가가 퓨젤유240)와 같은 비중이 무거운 불순물이 흘러 들어와 위스키의 특성에 나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았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목에서 이어지는 증기가 흐르는 관을 조정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하였고, 그것이 증기관이 위쪽으로 향하는 몇 안 되는 위스키가 되었습니다.”
글렌카담 증류소는 로마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도시 브레친의 중심에 있다. 글렌카담 증류소가 세워진지 13년이 흐른 1838년, 브레친市는 뛰어난 에일맥주와 위스키를 생산하는 두 개의 양조장과 두 개의 증류소를 자랑으로 여겼는데, 그 주위로 허가 받은 38개의 주류판매점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섰다. 이것이야말로 자랑스러운 혈통을 가진 맥아에 대한 멋진 증언이 아닐 수 없다.
오크니
스카파의 차가운 바다는 세계 제1차 대전시 대해전과 연관되어 있다. 아직도 군함 잔해가 바다 밑 여기 저기 흩어져 있어, 전 세계 다이버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스카파 증류소는 발렌타인 17년을 이루고 있는 위스키들 중에서 가장 북단에 위치하고 있다. 1885년, 커크월 근처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에 세워졌는데, 그곳은 헤더가 뒤덮은 오크니섬 모퉁이로 칼바람이 부는 곳이다.
“스카파는 정말 뛰어난 개성적인 몰트 위스키입니다.” 라고 증류소 소장 로널드 맥도널드는 말한다. “바디는 실크처럼 부드럽습니다. 처음에는 매운 맛을 느끼지만, 다음으로는 나무의 달콤한 맛을 가진 허브향이 따라옵니다.”
이러한 범상치 않은 독특한 맛을 내는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 1킬로 정도 떨어진 자연샘에서 솟아오르는 샘물이 증류소까지 흘러 들어오는 오크니 물의 경도 때문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용하는 물은 정말 순수하고 부드러운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사실 칼슘성분이 들어 있습니다. 몰트 위스키에서는 매우 드물죠.” 라고 로널드는 설명한다.
그림 91 스카파 증류소

“정말 물맛이 끝내 주기 때문에, 집에서 차를 끓여 먹으려고 물통을 들고 샘까지 걸어가곤 합니다. 물이란 위스키에 있어서도 정말 중요하지만, 지금 이 시대 우리 대부분이 마시는 염소로 소독한 수돗물과 비교하면 안 될 정도로 좋습니다.”

위스키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는 스카파의 로몬드 스틸로, 증류기 상층부에 실린더형 관을 가지고 있다. “로몬드 스틸의 원래 목적은 금속판이나 냉각파이프를 삽입하여, 스틸 내부에서 위스키의 다양한 특성을 만들려는 것입니다. 포트스틸에서는 그러한 것을 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 증류소에서 사용하는 로몬드 스틸은 그러한 복잡한 부속물 따위는 없습니다. 그보다는 포트스틸과 코피스틸의 중간 정도라고 하면 될 것 같지만, 그렇다고 복잡하거나 정교하지는 않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증류기 형태는 아마 완제품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스카파는 부드러우면서도 선명한 맛을 가진 위스키입니다. 게다고 놀랍게도 달콤하기까지 하죠. 확실히 범상치 않은 위스키입니다.” 라고 로널드는 말한다.
발렌타인사는 지금까지 언급한 바와 같이 많은 프리미엄 몰트 증류소를 소유하고 있지만, 이 외에도 스코틀랜드에는 현재 100개 이상의 싱글 몰트 증류소가 있으며, 자신의 전통과 독특한 맛을 가진 다양한 위스키를 생산하고 있다. 마스터 블렌더 로버트 힉스는 이 모든 증류소에서 나오는 몰트 위스키들 중에서도 가장 좋은 위스키의 특징들을 숙지하여 선별한 뒤, 발렌타인 17년을 만들기 위하여 고도로 정교한 블렌딩 예술을 펼치는 것이다.
여기까지의 영어 원문은 다음 링크에서 볼 수 있다.
* 번즈 나이트 BURNS NIGHT
그러나 하기스를 먹는 소박한 스코틀랜드 사람을 보라,
정말 대단하여 걸을 때마다 땅이 흔들린다.
그에게 칼을 주라,
제대로 일을 할 것이다.
다리, 팔 그리고 머리를 떼어낼 것이다.
마치 엉겅퀴 꽃잎처림.
하기스에게 고함 – 로버트 번즈
매년 1월 25일은 로버트 번즈의 탄생 기념일로, 스코틀랜드 전역에서는 백파이프 특유의 소리가 울려 퍼지고, “하기스에게 고함” 이라는 시가 의례적으로 낭송된다. 시 낭송은 번즈 나이트를 기념하기 위하여 모인 손님들에게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하기스가 도착한다는 것을 예고하는 것으로, 요리사가 반짝반짝 빛나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하기스를 은접시에 담아서 가져온다.
백파이프 연주자와 시 낭송자는 스코틀랜드 전통복장인 타탄 킬트를 착용한다. 그들이 사랑하는 시인의 시를 넋을 잃고 경청하는 손님들은 격식 있는 저녁 정장차림을 하고 있다. “위스키에 취해 거의 서 있을 수도 없음에도 칼을 거칠게 닦고, 거칠게 너를 찌른다.” 라는 구절을 낭송할 때, 시 낭송자는 하기스에 칼을 푹 찌른다. 손님들은 박수를 치고, 하기스에서는 즙이 흘러나온다.  그리곤 하기스를 썰어서 손님들에게 제공하는데, 흔히 으깬 감자241)와 순무242)를 곁들인다. 일부 손님들은 맛을 풍부하게 즐기기 위해서 접시에 위스키를 붓곤 한다.

저녁 행사의 기조연설은 로버트 번즈의 시에 푹 빠진 사람이 한다. 연설자가 모임에 참석한 여자들에게 몰트 위스키로 건배를 하면, 여자들은 그것을 받아서 남자들에게 차례차례 잔을 부딪히며 건배를 한다.

그림 92 하기스 찌르기
스코틀랜드의 전통요리인 하기스는 양과 소의 심장, 간, 혀 그리고 기타 다진 내장에다가, 양파, 오트밀 그리고 향신료를 양 위장에 꽉 채워 만드는데, 끈으로 꽉 묶어서 반나절을 삶는다. 어떤 사람들이 주장하기를 하기스의 기원은 다진 고기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아쉬243)에 있다고 하는데, 그 보다는 잘게 썰다 또는 빻다 라는 의미를 가진 고대 스코틀랜드어 해그244)에서 유래하였다고 보는 것이 더 신빙성이 있다. 스코틀랜드인에게 있어서 열정을 가지고 하기스를 푹 찌르는 행위는 뼛속깊이 원수인 잉글랜드를 찌르는 의식이다. 그래서 인류학자들은 번즈 나이트를 스코틀랜드인들의 호전적인 기질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만든 의식이라고 주장한다.
번즈 나이트는 러시아에서 뉴질랜드, 아르헨티나에서 일본에 이르기까지 세계 방방곡곡에서 열린다. 말하자면, 스코틀랜드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서나. 1996년은 로버트 번즈 탄생 200주년으로, 로버트 번즈 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백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축하하였다고 한다.
———————————
228) 랍상소우총 Lapsang Souchong – 중국 복건성 무이산 동목촌의 여린 싹에, 소나무연기를 씌어 만들기에 연기 향내가 나는  고급 홍차. 정산소종(正山小種)이라고도 한다. 마이클 잭슨은 위스키 매거진 Oct.1999에서 아일레이 위스키에서 랩생수총 향기가 난다고 표현하였다.
229) 바디 Body – 바디감은 술을 마실 때 입안에서 느끼는 무게감, 즉 농도와 질감이라 할 수 있다. 물과 우유를 비교한다면 물보다 우유가 바디감 있다고 할 수 있다. 술로 이야기 한다면 마셨을 때, 혀가 크게 경직된다면 풀바디, 그렇지 않으면 라이트바디로 이야기 할 수 있다.
230) 도녹 퍼스 Dornoch Firth, 퍼스는 만(灣)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231) 버기 Burghie
232) 로몬드 증류기 Lomond Still – 증류하는 알콜양을 쉽게 조절할 수 있게 고안된 증류기. 섬세한 위스키에서 묵직한 위스키까지 손쉽게 생산할 수 있는 증류기이지만 증류기 설치비용이 많이 들고 유지 보수가 쉽지 않아 1980년대 이후 모두 철거가 되었다. 특히 2009년 제정된 스카치 위스키 규정에 의해 포트스틸 이외에는 싱글몰트 위스키라  할 수 없기 때문.
233) 아일랜드의 연풍 The Quiet Man, 1952년 작. 옛날에는 영화명을 멋들어지게 번역하였다. 지금 보아도 정말 매력적인 영화다. 아일랜드 사람들의 일상, 생활모습 등을 볼 수 있다.
234) 린암 lyne arm
235) 생명의 물 uisge beatha
236) 1826년경
237) Cobbie – 코비라는 별명은, 정말 똑똑하고 이상적이며, 직관력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238) 리 Lee
239) 관 lyne pipe, 또는 lyne arm (린암)이라고 한다.
240) 퓨젤유 Fusel oil – 곡물 발효의 부산물
241) 으깬 감자 champit tatties, 스코틀랜드어
242) 순무 bash’d neeps, 스코틀랜드어
243) 아쉬 hachis
244) 해그 hag
———————
그림 출처
제목
출처
작자
그림
81
1930년대 라프로익 증류소 직원모습
발렌타인사
그림
82
아드벡 증류소
Wikipedia.org
Canthusus
그림
83
라프로익 증류소
Wikimedia.org
Ayack
그림
84
라프로익 왕실 납품 허가증
Wikipedia.org
Public Domain
그림
85
발블레어 증류소
geograph.org.uk
Graeme Smith
그림
86
글렌버기 증류소
발렌타인사
그림
87
밀튼더프 증류소
geograph.org.uk
Ann Harrison
그림
88
톨모어 증류소
Wikimedia.org
Tasma3197
그림
89
글렌드로낙 증류소
geograph.org.uk
Colin Smith
그림
90
글렌카담 증류소
발렌타인사
그림
91
스카파 증류소
Wikimedia.org
Lakeworther
그림
92
하기스 찌르기
저작권 확인(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Powered by BetterDoc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