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개장으로 얻은 신뢰
40대 중반을 넘어가다 보니 확실히 경사보다는 조사 소식이 많다…. 경사가 있어도 다음 세대 사람들의 소식이지, 내 또래에 경사는 두 번 겪는 분들 아니면 없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장례식장을 다녀왔다. 새벽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출근하기 전에 알게 돼서 까만 옷과 양말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바빠 죽을 것 같은데 또 다른 업무에 끼게 되어 우울한 하루를 보내고,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다행히 회사에서 멀지 않아 금방 도착했고, 고인에게 애도를 표하고, 지인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식당에 앉아 육개장 한 그릇을 했다.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면 밥만 먹고 일어나려 했지만, 같이 사진을 하는 분들이 계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가끔 만나는 지인들이긴 하지만, 오랜만에 사적인 자리는 어색했다. 상주인 지인은 올 줄 몰랐다며, 감사함과 신기함을 내비쳤다. 생각해 보니 술자리 참석은 잘 하지는 않는데, 이런 자리는 빼먹지 않는 것 같다. 대부분 말 많은 이들의 독무대가 되는 자리는 좋아하지 않는다. 대화의 지분은 공평해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이다. 예전 독서 모임의 경험이 좋았던 기억으로 남은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 대화를 많이 하다 보면, 첫인상과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평소의 생각, 취향을 나누다 보면 새로운 모습을 알게 돼서 신기하다고 한다. 내 첫인상이 어떤지 궁금하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는다. 내향인이지만 의외로 외향적인 면도 있고, 좋아하는 것들의 속성이 극과 극을 달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마지막 사진 수업에서는 지금까지 한 작업을 모두 모아놓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내 작업물에 대해 이런 의견을 내비쳤다.
작가 선생님과 동료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작업한 사진이 내것이 아닌 것 같다. 오롯이 100% 나의 의지로 해야만 내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선생님은 공감하면서도, 대단한 작가들도 누군가의 조언을 듣고 작업을 한다고 하시면서, 뼈 때리는 말씀을 하셨다.
“대영님도 스스로 태어난게 아닌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기에 존재할 수 있었다.”며. 그 말에 공감과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다.
나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는지, 연배가 있으신 동료 선생님께서도 좋은 말씀을 해주시며, 뒷 풀이 후에 다르게 보셨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좋은 사람있는데 소개팅하지 않겠나며, 뜬금없는 제안을 어떨결에 받아들였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나 좋은 사람인가? 아니 그리 나쁜 사람은 아니긴 한가보다.’ 누군가를 소개해준다는 건 엄청난 일로 다가온다. 나 또한 아무한테 사람을 소개시켜 주지 않으니까 말이다.
힘든 회사 생활을 좋은 분들의 감사한 말씀 덕에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 언제 연락 주실지 모르지만, 소개팅에 대한 기대도 요즘은 한몫한다.
항상 좋은 사람의 기준에 대해 고민했다. 타인의 모습을 따라하기 보다 솔직해지는 것이 역시 가장 우선시된다. 너무 솔직하면, 어두운 동굴 속으로 들어갈 때도 있지만, 그럴 때는 혼자 있기보다 사람을 만나야겠다. 술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나가서 속 이야기를, 나의 고집스러운 의견도 내비치면서, 논쟁도 하면서 썩어가는 고인 물이 되지 말아야겠다.
평일 소중한 저녁 시간을 양보하고, 다녀온 장례식장은 잠깐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대화는 그런 것 같다. 타인과 공유하는 자리지만 결국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라고.